고령군 우곡면 도진리(桃津里)의 봄에는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가지가 아래로 늘어진 복사꽃, ‘능수도화(凌樹桃花)’가 마치 분홍빛 물결처럼 마을을 감싸 안는다.
이 복사꽃은 단순한 자연의 장관을 넘어, 도진리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다.‘능수도화’는 일반적인 복사꽃과는 다르다. 줄기가 늘어지고, 꽃이 가지 끝에 달려 수양버들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이 복사꽃은 오랜 세월 동안 도진리의 정체성을 상징해왔다. 도진리는 1997년 경상북도 제1호 충효마을로 지정됐다. 도진리 주민들에게 능수도화는 그 자체로 ‘충(忠)’과 ‘효(孝)’를 상징하는 존재이며, 마을의 봄은 언제나 이 꽃이 만개하면서 시작된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약 400그루의 나무의 분홍빛 물결은 감탄을 넘어 말문을 닫아버릴 정도이고, 도진리 주민들의 삶과 정서를 담은 서각작품 또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더불어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한 주민들의 정성이 더해 굿은 날씨임에도 지난 주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2000여명의 방문객들이 다녀갔다.
박돈헌 도진리 이장은 “주민들의 사랑과 배려, 조화로움 삶을 닮은 능수도화의 물결은 SNS와 인터넷, 입소문으로 인해 이맘때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지역 정체성을 살린 능수도화를 찾는 방문객들의 좋은 볼거리로 거듭나고, 나아가 고령군의 새로운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